델라람(Delaram): 한 난민의 코로나 이야기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거주하는 난민은 어떻게 코로나 판데믹 기간에 의료 서비스를 받받을 수 있을까?
Esmail Ghaibi
Country:
Malaysia

“이모, 할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간거에요?”

델라람(Delaram)은 조카인 페레슈테(Fereshteh)의 질문에 거의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많은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오늘밤은 다섯 식구가 함께 하지 못한다. 온 집안에 수심이 가득하다.  

17세 소녀는 우울증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고 회복 중이었다. 가족 내에서 델라람(Delaram)은 두 조카에게는 엄마, 늙고 병든 아버지에게는 간호사 같은 존재다. 그녀는 어머니의 집안일을 도울 뿐 아니라 수술을 할 정도로 큰 사고가 난 이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여동생의 간병인 역할까지 도맡아 왔다. 그러나 오늘밤은 그녀에게 더 큰 근심이 닥쳤다. 

어느 월요일 저녁, 그녀는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고 아버지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른채 무섭고 걱정스러웠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쳤다는 소식이 퍼진 것은 불과 3일 전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이웃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그 아프가니스탄인은 입원한 이유를 숨겼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다른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당혹감, 두려움, 낙인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숨기기로 결심했으리라.

델라람(Delaram)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녀 역시 코로나 검사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는 난민이다. 병원에서의 경험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을 리 없고, 영어나 말레이어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며칠 전 실직을 한데다 아직 어린 난민. 그녀는 눈을 감고 이마를 만지고 슬픔에 잠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은 감염 사실을 숨긴 이웃과는 다르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혼자서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음을 알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했다.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델라람(Delaram)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집에서 돌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얼마전 구급차가 아프가니스탄 이웃을 데려간 것을 기억해냈다. 이웃의 아들 하빕(Habib)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빕(Habib)은 델라람(Delaram) 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구급차를 부르라고 말했으나 델라람(Delaram)이 영어를 말할 줄 몰라 하빕(Habib)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빕(Habib)이 전화를 걸어 곧 구급차가 왔고, 델라람(Delaram)과 그녀의 아버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앰팡(Ampang) 병원에 도착했지만 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어 델라람(Delaram)은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직전 아버지는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델라람(Delaram)은 아버지의 말을 듣자 더욱 괴로워졌다.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순간 그의 얼굴엔 몹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가족들에게 아버지가 계신 곳을 말했고 모두들 낙담했다. 그녀는 모하마드(Mohammad)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하마드(Mohammad)는 이전에 몇 번 그녀의 통역을 도왔던 아프간 커뮤니티 출신의 청년이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자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모하마드(Mohammad)는 그녀를 위로하면서 그런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강해져야 함을 상기시켰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과 부서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라고 일렀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델라람(Delaram)은 여동생 엘레나(Elena)도 그날 병원 예약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엘라나( Elena)는 머리를 다친 이래로 지속되는 두통으로 병원에서 매달 검진을 받아야 했다. 델라람(Delaram)은 여동생을 내일 병원에 데려가기로 결심하고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스산하고 슬픈 저녁식사였는지! 말레이시아에서 6년간의 고된 삶을 살면서 델라람(Delaram)과 가족들이 고통과 슬픔에 빠져 마치 죽을 것만 같은 괴로움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오늘 밤엔 네 식구 뿐이라는 사실이 더 고통스러웠다. 6살 난 조카 페레슈테(Fereshteh)의 질문으로 침묵이 깨졌다.

“이모, 할아버지 어디 계세요?”

델라람(Delaram)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페레슈테(Fereshteh)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막 대답하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흐마드(Ahmad)의 딸 델라람(Delaram)이신가요?”

“네, 네, 제가 델라람(Delaram)입니다.”

“저는 앰팡(Ampang) 병원에서 일하는 사라(Sara)입니다. 아버님이 코로나에 감염되셔서 연락드려요. 현재 상태가 좋지 않으십니다. 가족들도 모두 자가격리를 하고 기침, 호흡곤란, 피로감, 후각 상실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통화가 종료되었다.

언어 장벽으로 델라람(Delaram)은 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내용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아프셨는데 더 안좋아지셨다니. 감당하기가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누구에게 전화할 수 있을까? 누가 그녀를 도와줄까? 아버지에게 가봐야 하나?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레이시아에서 6년간의 고된 삶을 살면서 델라람(Delaram)과 가족들이 고통과 슬픔에 빠져 마치 죽을 것만 같은 괴로움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델라람(Delaram)은 통역사인 모하마드( Mohammad)를 떠올리고 전화를 걸어 그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가 언제 격리 해제될지 병원에 물어봐줄 수 있나요?” 

모하마드(Mohammad)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델라람(Delaram)의 아버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숭가이불로(Sungai Buloh)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며 델라람(Delaram)과 가족들 또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그 말을 듣자 델라람(Delaram)은 뱃속까지 두려움으로 가득차는 기분이었다. 숭가이불로(Sungai Buloh) 병원은 멀고 코로나 환자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난민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했고, 그를 도울 만큼 가까이 있지 못해 걱정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헤어질 때 남긴 말을 기억했다.

“딸아, 넌 날 여기 남겨 두고 따라오지 않을 것이냐.”

델라람(Delaram)은 길을 잃은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지만, 곧 라샤드(Rashad)를 떠올렸다. 라샤드(Rashad)는 젊은 난민들과 함께 연극 그룹을 조직하여 난민 커뮤니티를 대변해온 사람이었다. 그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걱정하지 말라고 침착하게 말하며  델라람(Delaram)의 가족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되는 듯 했지만, 그녀의 귀에서는 “딸아, 나를 여기에 두고 가는 거니?”라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델라람(Delaram)은 병원에 몇 번이고 전화를 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누군가 응답을 했다.

그녀는 가족들이 아버지를 떠난 것이 아니며 아버지를 보러 가고 싶어하지만  병원 방문이 허락되지 않아 갈 수 가 없다는 점을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 직원은 지금은 아버지와 통화할 수 없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델라람(Delaram)은 아버지를 걱정하는 동안 본인의 기침이 더 심해진 것을 알아챘다. 본인과 가족 모두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함을 알았지만 검사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곳은 하나도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아프간 지역 사무소로 가야 했다. 사무소는 델라람(Delaram)과 가족의 검사비용 모금을 도왔다.

다행히 그녀의 어머니는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델라람(Delaram)의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녀는 가족과 떨어져 격리된 채 힘든 2주를 보내야 해 다시 모하마드(Mohammad)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모하마드(Mohammad)는 그녀에게 옆집 하빕(Habib)와 연락을 취해 델라람(Delaram)의 아버지에게 음식과 휴대전화를 보내도록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그날 밤 그녀의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델라람(Delaram)은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혼자서 내내 고통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기운을 차렸다..

“아버지, 저도 다른 곳에 격리되어 있어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아버지를 보러 가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허락되지 않았어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없는 집은 너무나 허전해요.

— 2021년 7월

당신이 없는 집은 너무나 허전해요.

이 이야기는 Innovation for Change – East Asia의 요청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이는 ‘소외된 사람들의 COVID-19 이야기(COVID-19 Stories from the Margins)’라는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Innovation for Change – East Asia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및 베트남의 소외된 커뮤니티의 6명에게 코로나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Delaram English version
Delaram: A refugee’s COVID story

Delaram Chinese (Simplified) version
德拉拉姆: 一名难民的 COVID 故事

Delaram Malay version
Delaram: Kisah COVID seorang pelarian

Resources

Huma: Diverse Culture Support for Persians immigrated

Health Equity Initiatives

Asylum Access Malaysia

Click here for the English version of this story.

Collaborators

이 이야기는 원래 페르시아어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쓴이 (페르시아어): 이스마일 가비(Esmail Ghaibi)

옮긴이 (영어): Saleh Sepas

옮긴이: 윤지영(Yun Ji Young)

그린이: Ang Hui Qing

모하마드 에스마일 가이비(Mohammad Esmail Ghaibi) 는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입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재정착을 준비하는 동안 이 이야기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건강 평등 이니셔티브(Health Equity Initiatives)와 아프가니스탄 커뮤니티 센터와 함께 협력하여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난민 커뮤니티에 정신 건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또한 커뮤니티 대변인으로서 Asylum Access Malaysia와 협력했습니다. 그는 또한 HUMA 팀과 자원봉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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